쿠알라룸푸르에서의 넷째 날

일어나서 수영장으로 가니까 무슨 이유로 비 올 떄는 수영은 못하고, 자쿠지만 이용할 수 있다고 제지당했다.
비 맞으면서도 수영할 수 있지 않나…? 근데 해가 안 들면 또 추워서 얼마 못했을 것 같긴 하다.
근데 남은 자쿠지마저도 미지근한 정도라서 실망했는데, 알아보니 요즘 좀 시원찮은 상태라서 수리를 하려고 했단다.

그랩 타고 조금 나가야 했던 바투 동굴! 절벽인지 산인지 계단을 높이 올라가면 동굴이 있다.
멀리서 보면 저걸 언제 다 올라가나 싶었지만 막상 그렇게 힘들진 않았고, 동굴 내부는 그저 그랬다.
제주도 만장굴처럼 뭔가 보전할 만한 그런 곳은 아니었던 걸로…그나저나 어떻게 하늘을 향해 구멍이 뚫려있지??

그리고 여행와서 가장 이슬람 색채가 강한 국립 모스크 사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여기서 기도를 할 것은 아니다보니
즐길 거리는 없었지만 이슬람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기도하는 곳이나 내부 복도나 다 넓어서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올 법도 한데 오늘은 한산해서 쾌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잠깐 비 피하기 딱 좋았음.
그리고 쭉 걸어서 메르데카 광장까지 쭉 갔는데 뭔가 엉성했다. 넓은 공간이 있으니까 광장은 맞는데
확실히 유럽에 비해서 웅장한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 건축물은 왠지 러시아 크렘린궁 느낌이 났다. (가본 적은 없지만)
오늘은 쿠알라룸푸르 길거리는 어떻고, 건축물은 어떤 느낌인지 보는 날이었는데 전체적으로 그저 그랬다.
역시 난 자연 경관이 더 좋아. 어떻게 이런게 있지 하면서 우와~하고 보는 맛이라도 있으니까.

센트럴 마켓에 와서는 흥미를 되찾았다. 플리마켓이 종종 열리나본데 여기서 마음에 쏙 드는 양초를 찾았다.
다니면서 선물로 사갈 만한걸 못 찾아서 걱정이었는데, 겉에 문양도 이쁘고 향도 다양하고 중성적이고 부피도 작아서 맞춤이었다.
심지어 가격도 4천원 남짓(15링깃) 했으니 확실히 부담도 적고… 동남아 물가 짱! 엄마도 괜찮았는지 몇 개 사기로 했고, 얼마 없는 현금을 여기서 탈탈 털어버렸다. 바쿠테 가게가 카드 결제가 될 줄 알았으면
넉넉하게 조금 더 살걸 그랬는데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우리가 얘네 며칠치 장사만큼 팔아줬을거라는 얘기도 했다.
일리가 있는게 우리한테는 만만한 금액이지만 동남아 최저 시급으로 치면 현지인이라면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을거다.
그래서 다 사고 가기 전에 고맙다고 홍보할 때 쓰겠다고 사진 같이 찍자고 했나보다. 아, 그리고 위에서 무슨 뽀빠이같은 면으로 만든 누들 먹었는데 별로 맛 없었다. 비주얼에 낚였음.

실컷 돌아다녀서 배가 고팠고, 말레이식 바쿠테도 한 번은 꼭 먹어보고 싶어서 그랩 타고 선퐁(Sun Fong) 바쿠테로 갔다.
워낙 유명한 곳인거 같았고 규모가 커서 한국처럼 연중무휴일거라고 생각헀는데 중국 춘절때문에 문을 닫았다.
어쩐지 가게 앞까지 가니까 중국 느낌이 팍팍 나더라. 그래도 착한 그랩 기사가 너네 가족끼리 왔으니까
그냥 파빌리온까지 더 가주겠다고 해서 파오 시앙(Pao Xiang) 바쿠테라도 갈 수 있었다.
여긴 평점이 조금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웬걸…나는 그냥 바쿠테면 다 맛있고 좋다. 다시 떠올려보면
말레이시아 바쿠테가 향이 더 강하고 무엇보다 최근에 먹어서 송파 바쿠테보다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먹으면서는 송파 바쿠테가 더 맛있다고 했는데, 이건 다음에 싱가포르 갈 때 다시 서열을 매겨야겠다.